오늘은 조기유학 6개월차에 접어드는 12월,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아직 올리지 못한 사진이 핸드폰에 쌓여있지만
잠시 접어두고
사진보다 더 쌓여있는 내 머릿속 잡다한 생각들을
좀 풀어봐야겠다.

왕두괄식으로 풀어보자면..
내 심신도 맘대로 안되는데 어린 아들 역시 내 맘대로 안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짜피 누군가를 내 맘대로 한다는 것 자체를 기대하지도, 욕심부리지도 않았지만
경험하면 또 다른 수준의 뼈때림을 당하게 된다
우선 아들이 오자마자 2주차에 팔꿈치가 골절되어 수술을 했고 6주의 깁스+4주의 재활이 있었고
낫자마자 수영을 시작했는데 외이도염에 걸려 2주간 치료했고
이제 좀 단단해지나 싶었더니 장염으로 3주째 고생 중이다. (이것도 정말 할 말 많은데...)
애는 호주에 오고 나서 계속 아픈 것 같다며 위축되고 엄마인 나도 위축되고..
이 낯선 곳에서 애를 이렇게 고생시키는게 맞나 싶어 회의를 품고..
슬슬 유포리아에서 벗어나 외로운(?) 것도 같고 새로운 것도 없고..

그나마 이방인으로서의 울적함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엄청난 날씨라고 볼 수 있겠다. (진짜 365일 중 360일은 맑은 것 같음.)
살짝 울적하더라도 밖을 바라보면 끝이 안보이도록 펼쳐진 광활한 남태평양..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요트들을 보면
이런 울적함은 기분일 뿐이라는 생각에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11월에 그 다음 학기 등록 여부를 묻는 메일을 받았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호주에 있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고(이렇게 좋은 환경인데도!)
남편도 한국에 혼자 있는 우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들 아이들이 호주가 너무 좋다고, 한국에 안 가겠다고 난리어서 고민이라는데
우리집은 참 독특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다.
난 도대체 뭘 위해서 아무도 즐거워하지 않는 이 고생을 돈 써가면서 하고 있는 것일까?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는 더 흔들릴 거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중심을 잡고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을 때,
6개월을 더 연장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결정했다.
우선 일 년 내내 좋은 날씨와 아이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은 대체불가다.
항상 놀이터에 애들이 있으며 맨발로 뛰어 논다.
학습을 위한 학원이 없기 때문에 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노는 것과 또 노는 것이다. (체조, 수영, 무술 학원 등은 많다.)
까무잡잡하게 그을은 아들의 얼굴과 군살이 쪽 빠지고 제법 길어진 팔다리를 보면 호주 환경이 건강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골절 사고는 너무나 불운한 것이었지만
자잘한 병치레 같은 것은 종류만 다를 뿐 한국에서도 어짜피 마찬가지였다.

영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만약 건강한 환경만 생각했다면 6개월 체험으로 끝냈어도 아쉬울 게 없었을 것 같다.
골드코스트 지역은 워낙 다문화 지역이라 인종차별이 덜하면서도 사람들이 순박하고 친절하다.
멜번, 시드니에서 이사 온 사람들의 얘기만 들어봐도 골드코스트 사람들이 착하다고 한다.
따라서 본인만 기세가 있다면 인종적으로 위축됨 없이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아들 같은 경우는 첫 번째 텀에서는 알아듣는 것 조차 힘들었기 때문에(호주 발음 의외로 빡쎔)
영어 발화는 꿈도 꾸지 못했다.
경험자들한테 물어보니 6개월은 지나야 한다고 했다. (하나도 준비 안하고 올 경우)
그래서 두 번째 텀도 딱히 기대는 없었는데
두 번째 텀 시작하고 1~2주가 지나자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노는 것을 목격!
나와 함께 있을 때는 못 알아듣는 척하더니
내가 없는 곳에서는 제법 소통을 하고 있었다..0_0
두 텀째에 이 정도라면 1년 정도 있다가면 제법 빨리 늘겠다라는 기대를 살짝 하게 되자
연장 쪽으로 마음이 확실히 기울었다.
만약 6개월만 하고 돌아간다면
아이는 컴포트존에서 심신이 편안하고 남편도 좋아하겠지만 그 뿐이다.
성장에는 당연이 고통이 따르는 것 아니겠는가. (합리화 짱)

결국,
남은 시간 동안 아이 곁에서 힘을 보태며 성장을 돕기로
결정했다.
지금 여기서의 경험이 비록 당장 빛은 못 보더라고
아이의 인생에 득이되면 됐지 해가 될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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