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여 간의 불안했던 떠돌이(?) 살이를 정리하고 드디어 새로운 집으로 입주하는 날!
분명히 까페와 블로그 같은 데서 혼자면 모를까 아이 데리고는 정착서비스 이용하는 것이 좋다, 호주 입국 전에 집이 세팅되어 있는 것이 좋다.. 이런 말들 봤었는데 왜 나는 청개구리를 한 것인지.. 후...
그래도 한 달 간의 삽질이 보람이 있었던 것은 렌탈 절차에 통달하게 되었다는 것과...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직접 고를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
수능 이후로 오랜만에 기도 정말 열심히 했다.
편안하고 무탈했으면 심심할까봐
하늘이 시련을 주시고 또 좋은 집도 점지해주신거라 생각한다.. (정신승리)
나같은 청개구리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정리를 좀 해본다.

여긴 우리집 아니다.
이런 집에서 살고 싶기는 했었지만...
여기는 부동산 에이전시인데, 무려 집과 거리가 10키로라서 디디 타고 갔다. (우버보다 디디가 저렴)
세입자가 직접 부동산 에이전시에서 키를 픽업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부동산이 정말 많아서 불편한 것을 몰랐는데
부동산에서 계약서쓰고 어쩌고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
하지만 호주는 이메일과 온라인으로 모든 계약서와 계약금이 오고 가기 때문에 키를 픽업해야 하는 날 빼고는 에이전시에 가야할 일을 없다.

키를 가져와서 본격적으로 이사 시작.
휴.. 이 짐을 끌고 도대체 몇 번을 옮겨다녔는지..
힘이라도 쎄서 정말 다행이다.

열쇠는 다소 클래식 하다.
근데 이게 편한게.. 전자식 문은 키를 안에다 놓고 외출할 경우 자동으로 잠기면 들어갈 방법이 없다.
에어비앤비에서 한 번 그랬다가 마스터키 빌리는 데 10만원 냈다는...
그래서 오히려 아날로그 키가 좋다. 머리 잘 쓴 듯.

따란~
앞으로 6개월을 보내게 될 우리집이다!
그동안 신청서를 빠꾸해 준 다른 집 주인들에게 고마울 정도다.
이 집을 점지해주시려고 했나보다.
심지어 이 집 주인은 계약서에 렌탈을 연장할 경우 집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해줬다.
에이전트 말로는 money-hugry 주인이 아니니 염려 말라고...
집을 둘러보니 가구 같은 것도 좋고 튼튼한 걸로 비치해 준 것 같아 집주인의 따수함이 느껴졌다는..

그동안은 가성비 아파트만 살아서 빈트럭(쓰레기차)이나 도로 소음, 앰뷸런스 소리가 엄청 잘 들렸는데
여긴 진짜 파도 소리 밖에 안 들린다.
동향이라 아침마다 내리쬐는 햇빛도 아침 에너지 부스터 역할을 해준다.
이래서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 향을 따지는 듯.

렌탈비가 예산보다 오버됐으니 커피 값을 아껴야겠다.
최대한 집을 누려야지 ㅎㅎ
에어비엔비에서 챙겨온 인스턴트 스틱 커피와 마트에서 산 호주인들의 전통 간식 래밍턴 케익을 먹으며 입주 레포트를 작성한다.
우선 입주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1. 계약서 작성
2. 계약급 납입
3. 수도, 전기, 가스, 인터넷 신청(인터넷은 입주 후에 천천히 해도 됨)
입주 후에 해야 할 일은
1. 일주일 내로 입주레포트 작성 및 제출

입주레포트는
집 상태를 확인하는 서류이다.
집에 있는 물건들과 상태를 체크하고 서명하면 된다.
첨엔 꼼꼼하게 체크했는데 에이전시에서 워낙 잘 정리해놔서 나중에 대충 보고 서명했다. (Thanks Mel!)
6장 정도의 서류를 스캔 떠서 이메일로 다시 보내며 끝!

저녁엔 한국인의 보양식 삼겹살을 먹으며 영양 보충했다.
몸살나서 다음 날엔 마사지 샵에 가서 Deep tissue 코스 받고 갱생하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외국인으로서 이 모든 절차를 파악하고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더니..
해보면 별거 아니긴 한데 막상 하면 매우 고된 작업들이다. (청개구리들 참고하시라~)

이제서야 한시름 놓고 일 년 같은 한 달여 간을 돌아봤다.
외국인으로서 호주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영어 전공자라는 나도 호주 발음을 알아듣기는 쉽지 않았고 쫀심 상하지만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호주인들은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외국인을 보면 잘 도와주는 경향이 있다.
여기 골드코스트가 시골이기도 하고 여유롭기도 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대화를 하는 데 이해가 잘 안간다.. 싶으면
"Sorry. I am not a native English speaker. Could you tell me a little bit slowly?"
라고 말하면 진짜 유치원생한테 말하듯이 매우 심플하고 쉽게 말해준다.
전화통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스피킹이 도저히 안된다 싶으면 전화통화보다는 이메일로 일 처리하는게 쉽다.
그래서 전화하다가
"Sorry. I am not a native English speaker. Can I preceed by email?"
라고 말하면 이메일로 다 가능하다.
그리고 호주도 우리나라 만큼은 아니더라도 인터넷과 온라인을 통한 일처리가 매우 잘 되어있기 때문에
외국인포비아가 있어도 잘 할 수 있다.
용기를 가지자!
어디서든 다 살아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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