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사진을 보니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소름이 돋는다..
응급실 의사들이 아이의 팔을 보면서 지나가며 탈골 애기를 계속 하길래 제발 탈골에서 그치길 바랬는데..
엑스레이 보자마자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저건 누가 봐도 골절이고 팔꿈치 근처라 성장판이나 신경도 너무 걱정됐다.
엑스레이 찍자마자 의사와 4명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아이의 사지를 잡고 두 명은 아이 팔을 잡고 맞춘다음 깁스를 했고
다른 두 명은 다른 팔을 잡고 손등에 수술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는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고 나는 의사와 정확히 소통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내가 물어본건.. 심각한 골절인가? 수술해야 하는가? 였다.
의사는 심각해 보이며 수술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전신마취라고 해서 머리가 핑핑 돌고 있었는데..
정신차려야지 하고 일단 엑스레이를 폰으로 찍은 다음 호주에서 우연히 알게 된 정형외과 의사 지인에게 보냈다.
아이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골절이며 성장판은 이상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ㅠㅠ)
그리고 남편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했는데 남편은 한인 의사를 찾아보라고 했으나...
유학원에 연락해본 결과 호주는 왠만하면 수술 안해주는데 하라고하는거 보면 꼭 하시는게 좋다..
한인 의사는 없을 것인데 만약 원한다면 비행기를 타고 바로 한국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고..
남편한테 너무 미안하고 아들한테도 미안하고 다 내 탓인 것 같은 이 상황에서
나도 평생 받아본적 없는 전신마취 수술을 아이를 위해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너무 어려운 순간.. ㅠㅠ
그래..
그래도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큰 대학 병원이고, 아이 전문 병동도 있으니 믿고 맡겨보자.
호주가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선진국 아니던가?
그렇게 수술을 결정했더니..
호주는 분명 의료시스템이 느리다고 들었는데
아주 빠르게 수술 동의서를 받아갔고
다음날 아침 10시에 바로 수술 일정이 잡혔다.
그리고 또 우리를 빠르게 병동으로 옮겨줬다.

4인실이었는데 침대 1개만 차있었고 우린 두 번 째 침대를 차지하게 됐다.
정신없는 응급실에서 병실로 오니 좀 차분해졌다. 분위기도 아늑하고 조용했다.
간호사는 침대 옆에 있는 소파를 보호자용 침대로 변신시켜주고 아이의 상태를 보더니 진통제가 필요하다고 권했다.
응급실에서 아이는 뼈 맞출 때 눈앞이 노랗게 변했다고.. (얼마나 아팠으면 ㅠㅠ)
진통제라길래 타이레놀 이런거 기대했는데 용어가 전혀 달라서 나중에 찾아봤다.
파라시테몰(paracetamol) - 우리나라 타이레놀 같은 것. 해열 및 진통제.
이부프로펜(ibuprofen) - 우리나라에 이부프로펜과 같음. 소염작용 있음.
펜타닐(fentanyl) - 강한 마약성 진통제. 유투브에서 펜타닐 좀비보고 기겁했는데 간호사 말로는 전혀 다른 종류니 걱정 말라고...
옥시코돈(Oxycodone) - 강한 마약성 진통제.
아들은 위에 두 개로는 통증이 해결이 안되서 아래 두 개를 먹고서야 잠에 들었다.
간호사는 30분마다 와서 아들의 열과 혈압을 체크하고 손가락 감각을 확인했다. (손가락 신경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그래서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병원으로 실려오고 나서 수술 안 받겠다고.. 죽기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울던 아들은
이제 수술을 받아들이기로.. 그리고서는 수술이 궁금하다고 대기실에서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간호사들이 참.. 친절하더라는..
아이가 긴장하지 않게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고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심지어 무료 통역 서비스가 있어서 수술 대기실에서 바로 수술에 대한 설명을 전화 통역을 통해 받을 수 있었다.
마취과 의사가 나와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고
나는 아이가 마취되는 순간까지 같이 있다가 이마에 뽀뽀하고 바로 대기실로 이동했다.
아이는 마취 가스를 흡입하다가 "초코냄새라고 했는데 아니잖...."하다가 바로 잠들었다.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가자 급허기가 찾아왔는데...
아이에게 미안하다가도 내가 잘 먹어야 아이를 돌보지라는 마음에 스시초밥을 사서 꾸역꾸역 먹었다.
그리고 정신이 좀 들어 병원을 둘러봤는데 상당히 큰 병원이었다.

맞다.. 대학병원이었지.
어제는 깜깜하고 간호사만 따라서 이동하느라 몰랐는데..
그렇지만 한국처럼 붐비지 않았다. 붐비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환자가 거의 없다 시피?
인구 밀도의 차이일까 환자 발생 빈도의 차이일까..?

수술은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는데
한 시간이 넘어가자 불안한 마음에 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
신경이 잘못된 걸까.. 뭐가 복잡하게 된 걸까.. ㅠㅠㅠㅠ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수술이 끝났다고 연락이 왔고 아이는 깁스를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고...
또 30분이 지났는데 아무 연락이 없어서 저 사진에 있는 벨을 눌렀더니 간호사가 나를 데리러 와줬다.
마침 아이가 마취를 깨는 중이라고...

저 쪼만한 팔에 붕대가 엄청 감겨있었는데 ㅠㅠ
아이는 마취에서 덜 깨서 헤롱헤롱..
그래도 눈 떠서 엄마 알아보고 안심하더니 다시 잠들었다.
여기서 만난 간호사도 참 친절했는데..

응급실, 병실, 회복실 어디에서나 저 아이스크림을 아이에게 권했는데..
알고보니 Zooper Dooper라는 호주의 국민 어린이 아이스크림이었다.
아파서 잘 먹지 못하는 아동 환자들에게 뭐든 먹이려는 것 같았는데 병원 냉장고에 그득그득했다.
우진이도 회복실에서 콜라맛을 먹으며 마취에서 깼는데 이후로 두 개 더 먹었다는..?

회복실에서 아이가 깰 동안 주변 좀 둘러봤는데
호주에서도 간호사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진행중이었던 것 같다.
가정일과 직장일의 병행은 역시 글로벌 이슈인 듯.
하룻밤 더 입원하여 다음날 아침 수술 후 상태를 확인하고 퇴원을 결정한다고 했다.
수술 당일이라 아이는 많이 아파했고 옥시코돈을 주기적으로 투약했다.
살이 조금만 찢어져도 아픈데 살도 째고 뼈도 쨌으니...
그래도 잘 참아주는 아들이 기특하고..
이 때 우리 담당 간호사가 중국인이었는데 같은 동양인이라 그런가 말도 정서도 잘 통했다.
간호대 다니는 조카가 생각나서 어떻게 호주에서 간호사가 됐냐고 물으니
2016년에 워킹홀리데이 왔다가 호주에서 살고 싶어서 아예 호주의 간호대로 입학했다고..
중국은 의사나 간호사 1명당 담당 환자가 너무 많은데 호주는 비교적 여유있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중국은 수액도 누워서 맞는 사람, 앉아서 맞는 사람, 서서 맞는 사람이 다 비용이 다르다고 했다..(공산국가 맞아??)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

호주 병원 환자식이다.
아들은 입맛이 없는지 몇 번 먹고 안 먹고 (매우 드문일이다!!) 내가 다 먹었다.
까페에서 먹는 브런치 같은 너낌.. 이지만 싱겁고 기름이 적다.

드디어 다음날!
티비 보다가 지쳐서 놀이실에 있는 체스 가져다가 놀고..
드디어 의사가 왔다!!!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ㅠㅠㅠㅠ
지나가는 사람 다 붙잡고 수술 경과 물어봤는데 자기는 간호사라 모른다고 ... ;;;;
요는 수술이 매우 잘 됐고, 성장판과 신경은 문제가 없으며 부작용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했다. (의사쌤, 하느님 감사합니다. ㅠㅠ)
의사 선생님 손잡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고이 보내드리고 퇴원 준비에 착수.

응급실에서 옷을 다 잘라버려서 수건을 망토마냥 뒤집어 쓰고 퇴원 중.
2박 3일 입원동안 집에 다녀오질 못했다.
해외에서 아이가 아프니 내 손발이 다 묶여버리고 할 수 있는게 없다.
나도 아이도 꼬질꼬질하게 퇴원하지만 그래도 두 발로 걸어서 퇴원하는 기쁨이란!

병원에서 잘 먹지 못한 아이를 위해 야심차게 삼계탕을 끓였는데!!
부위가 윙봉이라 기름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다는;;;
그래도 그동안 고생으로 기름기 쏙 빠진 아이의 얼굴이 다시 기름져졌다.

호주 온지 한 달도 안되서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가...
하늘이 너무 야속했다.
내가 아이를 호주에 데리고 온 것이 무리였을까 잘못인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친절과 도움을 받으며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에 마음 속에 무한한 감사와 겸손이 솟아난다.
시련에 겁먹고 약해지고.. 그래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이기고 강해지고 앞으로 나아가야하나..
아이의 엄마로서 고민에 빠지는 나날이 시작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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